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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에이전트의 시대'

조직 생활을 하는 나에게 이 책은 본의 아니게 관심을 끈다. 이유라면 주변에 프리랜서 친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콘텐츠 기획자나 프리랜서 기자, 콘텐츠 디자이너와 간헐적으로 통역자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들의 생계적 활동과 관계가 있다. (나 역시 학생 딱지를 떼고 나서는 통역자로, 집필가로, 그리고 무역 코디네이터로 세 번 정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이것이 나의 '본성'에 더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바, 우연찮게도 세 번 모두 회사를 다니기 전 또는 옮기는 중간에 얻은 경험이다.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조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력과 경험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회가 되었고, 또 조직이라는 울타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업무와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비전을 얻었다.)


친구들 이야기로 돌아와, 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세 가지 점에서 놀란다. 그 하나는 능력이다. 이들은 대부분 멀티플레이어다. 말 그대로 못하는 일이 없다. 그들은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몇 개씩이라도 운영하는 기획자이며, 스스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고용주들을 만족시킨다. 만약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면, 고용 관계가 아니므로 그 다음부터는 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계속적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안주하지 않고 능력을 키워간다.

 

다른 하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조직생활의 쳇바퀴 같은 루틴(routine)은 나름의 재택근무라든지 융통성 있는 출근시간 등으로 진화를 모색하지만, 가장 작은 톱니바퀴인 조직 내에서 개인이 만족할 만큼의 궁극적 변화는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조직하고 재구성한다. 개인 생활을 위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적은 연봉을 택하는 경우는 이제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능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인간관계이다. 그들은 사람과 프로젝트를 조율하면서 모든 프로세스(process)상에 위치하는 사람들을 조직해야 하므로 인간관계의 달인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기자라면, 보통의 잡지사나 신문기자들보다 그들의 업무가 훨씬 광범위하게 걸쳐 있어 훨씬 큰 업무 수완을 필요로 한다.


물론 그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투여하며 아직 사회적 인식의 미성숙으로 그들의 존재가 폄하되어 있고, 조직이 보장해주는 보험 또는 혜택들의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 요즘의 '안정감' 있는 회사란,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개인에게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는 차원이기 보다는 적은 투입(input)으로 많은 산출(output)을 기대하는, 말 그대로 '좀 더 게으르게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프리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한국적 상황에서도 유효한 것인지 생각해본다. 이를테면, 보다 근본적으로 프리랜서 또는 책에서 언급하는 프리 에이전트의 주된 업무영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 그래야만 그들의 전문성에 힘입어 활용빈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물리적 기반 시설을 포함해, 조직에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전문기술의 사회적 잉여와 개인주의의 확산이 프리 에이전트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소위 전문적이고 원천적인 기술이 소비되는 곳은 조직이며 그것도 잉여이기 보다는 부족한 현실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나 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그 통찰력은 한국이다, 미국이다라는 국가적 구분보다 더 큰 정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책은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으로 쓰이지 않았고, 임시 노동자의 국지적 현실과 세금 문제, 복지 혜택이라는 세부적 사안까지 엮어내며 미래를 프리 에이전트라는 존재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마치 "여러 마리의 코끼리와 수없이 많은 생쥐가 함께 살아가는 형국"으로 예측한다.


어중간한 규모의 조직은 흡수 통합되거나 사라질 것이며, 결국 살아남는 것은 융통성 있게 움직여줄 수 있는 개인, 즉 프리 에이전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 가치관이 도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은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질서를 전방위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자유, 진실성,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의 조건으로 정의하는 성공'이라는 네 가지 주요한 가치를 수호하는 프리 에이전트적인 삶은 폐쇄적인 노동윤리를 확장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전복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70%, 내가 사표 쓰면 회사는 손해", "한국, 많이 일하지만 효율성 낮다",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지수 66점". 지금 우리 시대의 조직문화는 이런 표제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광고의 카피처럼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은 변하고 있다. 노동환경과 사회생활도 이에 순응하여 변화되고 있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경향을 알려주고 있다.